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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l in Woods

가정폭력: 가정폭력에 대한 개인적 생각

Updated: Jun 17

매년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정폭력>에 대한 강의를 한다. 정확하게는 모의환자 강의다.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해바라기 센터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경험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사건을 많이 경험하면 그 사건의 본질이 무엇이고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가정폭력 역시 마찬가지다. 


<한 여자가 선글라스를 끼고 진료실에 들어온다. 선글라스를 벗으니 두 눈가가 시퍼렇게 멍들어 있다. 몸의 다른 부위에도 맞은 듯한 상처가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정폭력> 모의환자 시나리오에는 정답이 있다. <가정폭력>을 당한 모의환자와는 면담하고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도움을 줄 방법이 별로 없다.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있는 한 여자가 있다고 하자. 그 여자가 폭력을 당하면서도 남편 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혼자서 살 자신이 없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편 곁을 떠났을 때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 밥벌이를 할 수 없다고 여길 때는 맞는 고통보다는 배고픔의 고통이 훨씬 견디기 힘들다. 맞는 거야 하루 한 번이나 혹은 그보다 드물게 찾아오지만 배고픔의 고통은 더 자주 매일 찾아온다. 

  그리고 때리는 남편으로부터 도망쳤을 때 대한민국에서 안전한 곳은 없다. 경찰? 우리나라에서 경찰은 사람이 죽어야만 개입하는 기관이다.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영화 <이너프Enough, 2002)>처럼 남편으로부터 맞는 여자가 필살기를 배워 남편을 간단하게 죽이는 그런 기적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 

  경찰에 연락해도 그건 집안일이라고 하고, 친구에게 말해도 남편으로부터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오히려 피하고, 해바라기 센터나 연관 기관을 찾아가도 형식적인 도움밖에 못 받는다. 대한민국에서는 오직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남편으로부터 맞다 보면 길들여져 배고픔을 안고 도망 다니는 자유인보다는 차라리 맞고 사는 노예가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게 현실이다. 

  때리는 인간은 성격장애 환자이기 때문에 변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나라가, 정부가, 사회단체가 도와주는 것도 아니다. 오직 믿을 곳이라고는 친정이나 형제밖에 없는데, 친정이나 형제들이 힘이 있으면 처음부터 맞는 아내가 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여자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커서 한 남자를 사랑해도 결코 그 남자에게 기대어 삶을 살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사랑과는 별개로 언제나 독립적으로 자기 삶을 살아나갈 힘과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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