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치료: 돌과 돌이 부딪칠 때
- 김철권 정신건강의학과

- Jun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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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문제로 외래를 찾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돌과 돌이 부딪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돌과 돌이 부딪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하면 돌을 하나 들고 다른 돌에 던져 보라. 탁 소리가 나면서 다른 곳으로 튕길 것이다. 아주 세게 던지면 돌끼리 부딪칠 때 불꽃이 날 수도 있다.
반면 돌과 흙이 부딪칠 때는 어떤 소리가 날까? 상상이 되지 않으면 돌을 들고 흙더미에 던져 보라. 툭, 둔탁한 소리가 나지만 돌이 다른 곳으로 튕기기보다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주 세게 돌을 흙에 던지면 돌은 튀기보다 무조건 흙더미에 박히게 된다.
부부 갈등으로 외래를 찾는 분들에게는 먼저 이 두 가지 양상, 즉 돌과 돌이 부딪칠 때와 돌과 흙이 부딪칠 때의 양상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들과 대화를 시작한다.
아내가 남편에게 "오늘도 술 마시고 늦게 오네"라고 말한다. 비난, 불평, 지적, 화내는 말은 모두 상대방의 가슴에 돌을 던지는 행위다. 이때 남편이 "내가 늦게 온 날이 얼마나 되는데?"라며 맞받아쳤다고 하자. 맞받아치거나 반격하거나 따지거나 하는 말 역시 상대방의 가슴에 돌을 던지는 행위다. 돌과 돌이 부딪쳐 싸움의 불꽃이 일어난다.
아내가 남편에게 "오늘도 술 마시고 늦게 오네"라고 말했을 때 남편이 "그렇제? 오늘 술 마시고 늦게 와서 미안해"라고 말한다면, 이런 남편의 말은 흙이 되는 반응이다.
아내가 "미안하다고 말만 하면 다냐? 실천을 해야지"라고 다시 돌을 던져도, 남편이 "앞으로 노력할게. 오늘 늦게 와서 미안해" 하는 흙의 반응을 보이면 부부싸움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물론 아내가 "이 인간은 말만 미안하다고 하네"라며 다시 돌을 던질 수도 있다. 그럴 때도 반박하거나 방어적이 되지 말고 흙의 반응을 보이면 싸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싸움이 시작되는 가장 흔한 반응은 아내가 돌을 던졌을 때 남편이 방어하는 경우다. "당신도 그렇지 않나?"라고 남편이 방어하는 순간 아내는 그 방어벽을 뚫기 위해 더 큰 돌을 던지게 된다.
한 사람이 공격할 때 방어적이 되거나 아예 등을 돌리는 말이나(또 그 소리가? 그만하자. 말해 봤자 서로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롱하는 말(아이고 참 잘났다)은 상대방이 바위를 던지도록 자초하는 어리석은 반응이다.
그래서 배우자의 말이 거슬릴 때는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아! 나에게 돌을 던지고 있구나. 그런데 저 돌은 나랑 상관없이 그냥 저 사람 기분이 그래서 던지는 거야. 실제로 나에게 던지는 것은 아니야'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흙이 되어 그 돌을 품는 상상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오죽 답답해서 저렇게 돌을 던지겠나?' 하는 연민의 정이 싹트게 된다.
부부 사이는 가장 쉽게 상처를 주고받는 사이다. 남편이나 아내가 나를 가장 잘 알고,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잘 아물지도 않고, 아문 후에도 쉽게 덧난다. 그러니 배우자가 돌을 던질 때 흙이 되는 연습을 부단히 하는 것이 좋은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배우자가 돌을 세게 던져도 자신이 흙이 되어 계속 받아주다 보면 어느 날 그 돌도 부식되어 흙이 된다. 그러면 서로 부딪힐 일도 없고, 그저 흙과 흙이 뒤섞이게 된다. 내가 갈등을 보이는 부부들을 지켜보면서 얻은 결론은 이것이다.
<그냥 흙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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